가끔 시간이 멈추길 바래 너의 생각에 잠기게 되면 한참을 걷잡을 수 없어 힘이 들어 너와 서로를 마주볼 때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흐릿하게 보던 네 눈빛이 날 괴롭히는데 내 마음속 그 어딘가에 숨겨둔 아득했던 시간의 끝에 우리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그대 걷던 길로 난 늘 같은 길로만 걷네 자주 입던 코트의 감촉도 별 뜻 없이 내뱉은 농담도 잊을 법한 시간 틈 사이로 기억하고 있어 내 마음 속 그 어딘가에 숨겨둔 아득했던 시간의 끝에 우리 언젠가는 잊혀지겠지 그대 걷던 길로 난 늘 같은길로만 걷네 어깰 감싸던 그대 온기는 식어버렸고 턱밑에 작은 웃음 소리도 흩어져 가 그대 손을 붙잡던 버릇이 아직 남아서 주머니 속 내 손이 익숙해지질 않아 늘 바래준 너의 집앞 좁은 길에 낯설어진 내 발걸음은 한참 지나쳐도 등 뒤가 아파 그댈 볼 순 없지만 난 같은 길로만 함께 걷던 길로 난 걷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