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00:53.356]서울역 신관 [00:55.498]유리 건물 아래 바람 메마른데 [01:06.756]그 계단 아래 차가운 돌 벤치 위 [01:12.895]종일 뒤척이다 [01:19.373]저 고속 전철을 타고 [01:22.665]천국으로 떠나간다 [01:26.400]이름도 없는 몸뚱이를 거기에다 두고 [01:32.696]예약도 티켓도 한 장 없이 [01:36.745]떠날 수 있구나 [01:39.174]마지막 객차 빈자리에 깊이 파묻혀 [01:45.783]어느 봄날 누군가의 빗자루에 쓸려 [01:52.288]소문도 없이 사라져 주듯이 [02:38.681]모던한 투명 빌딩 [02:41.346]현관 앞의 바람 살을 에이는데 [02:51.742]지하철 어둔 돌계단 구석에서 [02:58.064]종일 뒤척이다 [03:04.569]저 고속 전철을 타고 [03:07.782]천국으로 떠나간다 [03:11.465]바코드도 없는 몸뚱이를 [03:15.122]거기에다 두고 [03:18.022]햇살 빛나는 철로 [03:20.843]미끄러져 빠져나간다 [03:24.317]통곡같은 기적소리도 없이 [03:27.948]다만 조용히 [03:30.978]어느 봄날 따사로운 햇살에 눈처럼 [03:37.561]그 눈물 처럼 사라져 주듯이 [03:44.144]소문도 없이 사라져 주듯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