떠나가세요 괜찮아요 죽어서 만나면 되잖아요 나는 죽어서 무덤을 찾아 다니는 나비가 될 거예요 언젠가 당신도 이 세상을 떠나겠지요 그리고 어딘가에 묻히겠지요 저는 날아다닐 거예요 음악가의 묘 화가의 묘 배우의 묘도 있겠지요 장군의 묘도 있고 무명 용사의 묘도 있겠지요 당신의 묘를 찾을 때까지 날아가고 또 날아갈 거예요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기도 하겠지요 해가 떠오르는 아침부터 별이 뜨고 달이 빛나는 밤이 올 때까지 당신을 부르며 부르며 날아가겠어요 수천 년이 걸려도 수만 년이 걸려도 하나의 묘도 거르지 않고 이 세상 모든 묘를 찾아갈 거예요 그렇게 날아가는 동안에도 새로운 묘가 더 생길 거예요 어쩌면 내가 다녀온 묘 보다 더 많은 묘가 나를 기다릴지 몰라요 그렇게 세상은 나를 좌절시키려 할거예요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도 점점 작아질지 몰라요 그래도 저는 날아갈 거예요 하루에 무덤 하나 밖에 못 찾는다 해도 펄럭이는 날개가 바람에 다 닳아 사라진다 해도 날아갈 거예요 당신을 찾을 때까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