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리 집 부엌엔 누가 사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 없네 잠결에 들리던 달그락 소리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걸 부엌엔 누군가 사는 게 분명하다고 가만히 들여다본 처음 본 듯한 그 날 그곳에는 부끄럽다 감추던 작고 예쁜 손이 산다 그 상처투성이 말을 한다 인생 참 녹록지 않다 긴 하루에 계절은 또 잠시 걸터앉았다 떠나간다 발끝은 갈라지고 갈라져서 뿌리라도 내린 건지 우두커니 그 자릴 지켰다는 걸 이제 서야 알게 됐네 그 세월에 희끗해져 버린 머리카락이 산다 너 홀로 새웠을 많은 밤이 야속하게 허무하다 우리 집 부엌엔 누가 사는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