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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가끔 생각없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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걸어 본 적 있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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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것도 아닌 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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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기 섞여 본 적 있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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몇일전 이런 생각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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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봤더랬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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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곳이 한권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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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이라면 어떨까했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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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린 각자 맡은 바 있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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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단어로 살아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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종이란 도시안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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잉크가 말라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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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와 내가 모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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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줄 문장으로 출발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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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대한 우리가 더 모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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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으로써 출판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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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쁘고 귀한 단어와 문장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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함께 공존해나가는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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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거칠은 글자는 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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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미가 있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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필요없는 단어란 없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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띄어쓰기와 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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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나 조차도 당연한 법칙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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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찌 세련된 단어들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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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득 할 수 있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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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건 재미 하나 없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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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 따분 할 뿐이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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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발 종이 위를 우아하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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점거하지 말기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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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칠고 투박함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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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거하지 말기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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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잘라냈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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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섭게 깎아냈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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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음에 아파했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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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곳은 우아한 거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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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로 놔둬 이 거리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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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로 놔둬 이 거리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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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로 놔둬 이 거리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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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리의 작품은 그대로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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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찬란했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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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작품은 그대로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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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찬란했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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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종이위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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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자를 솎아내려하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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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거리위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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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군가를 쫓아내려하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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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깔끔한 수준으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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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양을 끌어 올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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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반듯한 거리 위 박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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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도블럭처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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날카로운 글자를 사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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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패질 한 문장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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겉으로 보면 격조 높고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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매끄러운 성과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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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사실 그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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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중 누군가의 고함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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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시한채 얻어냈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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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주 역겨운 부산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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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지치기 하듯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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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듯하게 싹둑싹둑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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깔끔하게 방출되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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빵꾸났던 한줄 한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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껍데기만 잔뜩 남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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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 감흥 없는 작품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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많은 아픈 삶을 포기했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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치졸한 아름다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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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는 여기 거리위에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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흩뿌려져있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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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든건 가치가 있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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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 서로를 꾸며주고 있어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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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발 종이 위를 우아하게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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점거하지 말기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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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칠고 투박함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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철거하지 말기를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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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잘라냈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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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섭게 깎아냈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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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음에 아파했던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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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곳은 우아한 거리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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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로 놔둬 이 거리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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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로 놔둬 이 거리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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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로 놔둬 이 거리에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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거리의 작품은 그대로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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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찬란했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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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작품은 그대로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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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찬란했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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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고급만 남겨진 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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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사한 허울만 담겨진 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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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성의 팔다리는 잘려진 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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겉표지만 요란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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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미 죽어버린 한권의 책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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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고급만 남겨진 채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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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사한 허울만 담겨진 채 |
|
감성의 팔다리는 잘려진 채 |
|
겉표지만 요란한 |
|
이미 죽어버린 한권의 책 |
|
이곳은 우아한 거리 |
|
거리의 작품은 그대로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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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찬란했다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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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작품은 그대로가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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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찬란했다 |